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의 확산을 막겠다며 한국 정부는 돼지를 ‘살처분’하고 있다. 이 질병은 2019년 한국에 처음 발생했고 그로부터 1년 뒤인 2020년 다시 발생하고 있다. 대다수의 언론은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다’며 돼지의 건강이 아닌 ‘돼지고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threatening food security’(식료품 안보 위협)라며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확산을 막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질병 확산을 막고자 하는 이유가 동물의 건강이 아닌 ‘돼지고기’가격이 때문인 것을 합리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과학과 네모는, ‘식료품 안보 위협’이 아닌 동물, 지구,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이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역사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african swine fever virus (ASFV)로 불리는 바이러스다. 1920년 대 아프리카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ASF 바이러스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바이러스라는 존재 자체가 19세기 후반 발견되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아프리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인 ASFV가 뒤늦게 보고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2018년 2월 28일 발표되었다. 해당 논문에 의하면 ASFV는 1700년대에도 존재했다. 당시 해당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지역의 야생 돼지(wild suids)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였다. 그럼 그 당시부터 아프리카의 돼지가 약 100% 치사하는 바이러스가 존재한 것일까? 아니다. 아프리카의 야생돼지인 남부 멧돼지(Bush pig)와 혹멧돼지(warthogs), 자이언트 숲 멧돼지(giant forest hogs)에게는 ASFV가 감염되지만 주로 아무 증상이 없다(generally asymptomatic). 즉 전혀 치명적이지 않던 아프리카 야생에 존재하던 바이러스다. [참고자료 1]
문제의 발단
특정 지역에 과거부터 존재한 바이러스는 그 지역의 생물들에게는 주로 치명적이지 않다. 치명적인 바이러스였다면, 숙주가 너무 빨리 죽어 바이러스가 쉽게 퍼지지 못해 바이러스가 사라지던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던 동물만이 살아남아 더 이상 바이러스가 치명적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지역의 동물이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되는 것이다. 1800년대 영국은 케냐를 식민지화했고 돼지 사육 산업이 커졌다. 이 산업을 위하여 인간이 가축화한 돼지(domestic pigs)가 대량 수입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가축화한 돼지(domestic pigs)는 ASF 바이러스에 굉장히 취약했다는 것이다. 약 100%의 가축화된 돼지가 10일 안에 죽는다.

1800년대부터 2015년까지 ASF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이 꾸준하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 케냐를 식민지화하고 돼지 산업이 커지는 시기와 맞물린다. 즉, 문제의 시작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간이었다. 특정 지역에 살던 돼지를 ‘가축화’시키고 그 돼지를 자신들 마음대로 수입 수출한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바이러스는 가축화된 돼지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야생 멧돼지(wild boar)도 죽이고 있다. 가축화된 돼지(domestic pigs)는 야생 멧돼지(wild boar)를 가축화해 만든 종이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 이전에는 특정 종이 전 세계에 굉장히 많이 존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현재에는 가능하며, 이 문제는 바이러스에 굉장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2020년 2월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만 1128만(11.28million) 마리의 ’가축화된’ 돼지가 있다. 한국 인구의 ⅕ 정도에 달하는 숫자이다.
바이러스의 다양한 감염 경로
이 바이러스가 현대사회에서 쉽게 전파될 수 있는 이유는, 죽은 돼지의 몸에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돼지 조직 속 바이러스는 4° C에서 1년 2개월(61주) 뒤에도 살아남는다. 그뿐만 아니라 -20° C에서는 2년(105주), 37° C에서 또한 22일 뒤에 바이러스가 살아남는다. 즉 냉장 냉동 보관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돼지의 조직’(돼지고기)를 일 년 뒤에 사람이 만진 뒤 돼지를 만지거나, 혹은 돼지가 그 ‘돼지고기’를 먹거나 하는 방식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돼지고기를 유통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당연히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바이러스가 아닐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자연계에서 숙주의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바이러스는 쉽게 퍼지지 않는다. 숙주가 너무 빨리 죽어버려 바이러스가 잘 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바이러스에 의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 숙주(Bush pig, warthogs, giant forest hogs, soft ticks)가 존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퍼질 것으로 추측된다. 돼지를 살처분시키는 것은 구멍 난 곳을 잠시 매우는 일일뿐이다. 집단 살 처분으로 ‘방역 성공’을 꿈꾼다는 것은, 불씨는 제거하지 않은 상태로 화재 진압을 성공하겠다는 것과 같다.
동물을 집단 사육하는 일이 계속되는 한 질병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ASFV 이외에도 돼지를 집단 살처분 하는 일은 거의 매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가? 동물의 가축화, 그리고 그 동물의 집단 밀집 사육으로 세상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 싸고 많은 양의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동물을 집단적으로 밀집사육할 수밖에 없다. 이젠 ‘가축화’한 돼지를 ‘탈 가축화’시키고,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 지속 가능한 음식을 먹어야 할 때다. 인구수는 계속 증가하고, 그 인구가 계속해서 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면 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젠 숲의 불씨를 끄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하자. 지속 가능한 식품을 먹자. 그것이 진정한 식품 안보를 지키는 일이다.
[참고자료]
Phylodynamics and evolutionary epidemiology of African swine fever p72-CVR genes in Eurasia and Africa (2018, Moh A. Alkhamis)doi: 10.1371/journal.pone.0192565
African swine fever: A re-emerging viral disease threatening the global pig industry(2018, P.J. Sánchez-Cordón) doi: 10.1016/j.tvjl.2017.12.025
Role of wild suids in the epidemiology of African swine fever(2009, Ferran Jori) DOI: 10.1007/s10393-009-0248-7
Comprehensive Phylogenetic Reconstructions of African Swine Fever Virus: Proposal for a New Classification and Molecular Dating of the Virus(2013, Vincent Michaud) doi:10.1371/journal.pone.0069662
African Swine Fever Virus – Persistence in Different Environmental Conditions and the Possibility of its Indirect Transmission(2019, Natalia Mazur-Panasiuk) doi: 10.2478/jvetres-2019-0058
Number of pigs worldwide in 2020, by leading country (in million head)*
Wikipedia: Domestic pig, virus, Giant forest hog